지하철 입구를 지나치며 종종 생각하게 되는 것이 있는데, 바로 전단지 알바에 관한 것이다. 아버지께서 예전에 투자회사 다니실 때 전단지를 돌리셨던 적이 있어서 길에서 나눠주는 전단지를 다 받으시는데, 그 영향으로 나도 전단지는 대부분 받고 다닌다. 그런데 가끔 이걸 받는 게 맞는 건지 아니면 받지 말아야 하는지 고민이 들곤 한다. 알바들 고생하는데 나라도 받아주자는 마음과 전단지로 낭비되는 종이가 아깝다는 생각처럼 여러 가지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전적으로 내 주변사람들을 표본으로 물어본 결과 (응답의 보편성은 높지 않을 수 있지만), 전단지를 받지 않는 사람들도 단순히 귀찮다는 점, 거리가 지저분해지는 게 싫다는 점, 자원낭비가 발생한다는 점과 같이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확실히 전단지를 나눠주는 장소 주변에는 받자마자 바닥에 버린 사람들의 쓰레기가 꽤 많이 버려져 있고 지저분해 보인다. 이걸 치우는 사람들은 환경미화원들이고 그들의 월급은 세금으로 주고 있으니, 또 도시 미관을 해치는 일이니 결국 전단지를 배포하는 것은 직접적으로나 간접적으로나 세금을 낭비하는 일이 아닐까 하고 의심이 들곤 한다. 그리고 환경미화원의 일거리가 늘어나니 그들의 일거리당 임금(이것을 실질임금이라고 써도 될까?)이 감소하는 효과도 일어난다.

전단지를 안받는 또 다른 이유는 어차피 안 읽고 버리기 때문이니 자원낭비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환경 문제가 이렇게나 심각하다는 와중에 하루에 한 가게에서만 500, 1000장을 돌린다고 하면 도대체 하루에 우리나라에서 버려지는 전단지가 몇 장이나 될지 나로서는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게다가 전단지는 코팅된 종이라서 재활용도 할 수 없다! (전단지, 사진 등의 코팅된 종이, 휴지 등은 종량제 봉투로 배출해야 한다. -성북 우리동네 생활쓰레기 배출방법 길라잡이) 그리고 오버 좀 하자면 이렇게 줄어드는 나무로 인한 손실 공기가 나빠진다던 지, 수해 피해가 심해진다던 지 은 또 얼마나 클 것인가.

자꾸 받아버릇하여, 하나의 결과에는 여러 원인이 있지만, 어쨌든 업주가 전단지 배포로 충분한 매상을 올렸다고 믿는다면 전단지 배포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이는 결국 전단지 배포로 인한 단점들을 계속해서 이어가게 만들기 때문에 이런 단점이 크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전단지를 받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알바의 입장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 경우에는 위와 달리 전단지를 받는 편으로 의견이 기울게 된다. 요컨대 알바의 목적은 나눠주는 행위(를 통해 소득을 올리는 것)이지 상대가 읽기를 바라는 것이 아닐 것이다. (우리학교 앞 사장님이 직접 전단지를 돌리는 뽀모도로는 제외하도록 하자.) 우리가 전단지를 받는 데 따르는 불편함(또는 고려하고 있는 다른 여러 이유들)보다 알바가 벌어들이는 소득이 크다면 사회적 관점에서 전단지를 받는 것이 더 효율적일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전단지를 받아야 하는 이유는 알바의 임금과 일자리 문제이다.

  전단지 배포 알바는 운 좋으면 최저시급, 보통은 장당 30~50원을 지급하는데(이 경우 최저시급을 벌기 위해서는 한 시간에 120~200장을 나누어줘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흔쾌히 받아줄수록 알바가 나눠줄 때 스트레스가 줄어드니 이들의 업무환경이 개선된다. 또 보통은 500, 1000장 식으로 정해져 있는 분량을 빨리 끝낼 수 있으니 실질임금이 높아질 수 있다.

한편 전단지를 모두가 안받게 되어 더 이상 전단지를 배포할 필요가 없어지면 남녀노소 경력불문하고 얻을 수 있는 일자리가 없어지게 된다. 전단지 알바는 흔히 마주치듯 할머니들이나 중고생들도 많이 하는 알바다. 급여는 적은 편이지만 하루, 일주일 식의 단기알바가 가능하고 경력, 스펙을 보지 않는 일이라 접근성이 좋기 때문이다나는 이런 접근성 좋은 일자리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렇기 때문에 전단지를 받는 이유를 하나 더 제시해보았다.

또 이건 개인적인 감상이지만 전단지를 줄 때 외면하는 것 자체가 마음이 영 불편하다. 누구에게든 동정심을 갖게 되거나 거절하는 것 자체가 나한테는 무척 피곤한 일이라 명시적이지는 않지만 암묵적으로 장당 50원보다 큰 비용을 발생시키는 것이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그렇겠지만, 50원가지고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아무것도!)

 

결국 내가 경제적인 사람이라면 전단지를 거절하는 데 드는 비용과 받는 데 드는 비용을 비교하여 작은 쪽을 선택해야 한다. 내가 이 글에서 언급한 것을 정리해보면

전단지를 거절하는데 드는 비용 = 알바의 실질임금을 감소시킴+일자리를 감소시키는데 일조했을지도 모른다는 죄책감+거절하는 것 자체에 대한 불편한 마음

전단지를 받는데 드는 비용 = 귀찮음+쓰레기+세금낭비+자원낭비

 

  전단지 배포에 따른 문제점들을 규제할만한 위치에 있지 않은 개인의 입장에서, 나는 전단지를 받는 편이 낫다고 결론 내렸다. 그리고 오늘도 집에 오는 길에 전단지를 3장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