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 가능한 발전의 시대>독후감; 160222 by 떠돌이

 

나는 책을 읽은 후 중심내용을 하나의 표, 그림으로 단순화 하곤 한다. 이 작업을 거치면 작가가 이끌어가는 논리를 한 눈에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책<지속 가능한 발전의 시대>를 읽고 단순화 작업을 시도했지만 결과물이 나오지 않았다. 책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는 신호다. 그래서 책을 두, 세번 읽은 후에야 나름의 결과물을 낼 수 있었다.

 

이는 책을 이해하려는 내 나름대로의 방식이다. 하지만, 이 책의 내용은 결코 하나의 표, 그림으로 단순화 될 수 없었다. 이 책이 다루는 주제인 지속 가능한 발전(SD:Sustainable Development)은 그만큼 복잡한 사안이라는 뜻이다. 복잡하지만 이 책은 읽을 가치가 넘쳐난다. 이 글을 통해서 책의 내용을 소개하고 나의 느낀점을 서술하고자 한다. 느낀점을 통해서는 이 책이 왜 읽을 가치가 있는지에 대해 서술하겠다.

 

(책의 내용)

1.SD의 등장 배경과 개념

먼저, SD의 등장배경과 개념에 대해 설명하겠다. SD의 등장 배경은 다음과 같다. 현재 세계인구는 72억 명이다. 이들이 만들어내는 거대한 세계경제는 지구에 두 가지 도전을 안긴다. 하나, 엄청난 부와 극단적 빈곤이 공존하는 불평등이다. 둘, 환경 위기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SD가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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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SD라는 단어를 접하고 위와 같이 두 가지 의문이 들었다. 하나, 어느 분야에서의 SD를 의미하는가? 둘, 이 책은 SD를 해야한다(should)라는 당위성에 대해 논하는 것인가? 첫번째 질문에 대한 답은 4개이다. SD는 경제분야에서의 발전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SD는 경제, 환경, 사회, 정치분야에서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의미하는 총체적인 개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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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질문에 대한 답을 하기 위해서는 SD 개념에 두 가지 측면이 있다는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 하나, 분석적 측면이다. 경제, 환경, 사회, 정치 간의 상호 연계를 이해하는 것이다. 둘, 규범적 측면이다. SD의 규범적 측면은 우리가 맞이한 위험에 대해 뭔가를 하고, SD의 목표를 정해서 달성하는 것이다. 

 

위의 문장만 읽고는 SD의 두 측면이 잘 안 와닿을 수 있기에 예를 들어보겠다. 현재 경제와 환경분야의 상호 연계를 분석해봤더니 경제발전이 환경을 위협하고 있다 하자. 이것이 SD의 분석적 측면이다. 네 분야의 복잡한 상호작용을 이해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 분석으로부터 화석연료 사용을 줄여야 한다는 결론을 이끌어냈다 하자. 이를 위해 '2025년까지 화석연료 사용량 500t 감축'을 목표로 제안했다 하자. 이것이 SD의 규범적 측면이다. SD의 규범적 측면은 좋은 사회를 위한 네 분야에서의 기본 목표를 그리고 있다. 경제적 번영, 환경의 지속 가능성, 사회적 통합과 화합, 정부와 기업을 포함한 사회 주역들의 좋은 거버넌스가 그 목표이다. SD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네 가지 목표를 동시에 이루어야 한다. 이제 두번째 질문을 다시보자. 이 책은 규범적 측면만 다루지 않고, 분석적 측면과 규범적 측면 모두를 다룬다.

 

2.우리가 직면한 도전

저자는 현 시대를 인류세(Anthropocene)라 표현한다. '인류가 만든'을 뜻하는 그리스어(Anthropos)와 '역사상의 시기'를 뜻하는 그리스어(cene)를 합친 말이다. 세계경제가 지구의 물리적, 생물학적 시스템을 심각하게 파괴하는 현 시대를 일컫는 말이다.

 

SD의 목표를 설정하기 위해서는 현 상황부터 분석해야 한다. 현재 우리가 직면한 도전을 크게 분류해보자면 4가지이다. 하나, 경제발전이 환경을 위협한다. 둘, 극도의 빈곤이다. 셋, 출산율 증가가 미래의 SD달성을 어렵게 할 것이다. 넷, 불평등이다.

 

각각의 도전을 자세히 살펴보자. 먼저, 경제발전은 환경을 어떻게 위협하는가. 경제발전은 두 경로로 환경을 위협한다. 첫째 경로는 화석연료의 연소이다. 현대적 경제성장은 단연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능력 때문이었다. 화석연료의 사용으로 경제성장은 이뤘지만, 화석연료의 연소를 통해 이산화탄소가 대기 속으로 마구 방출되었다. 둘째 경로는 농업이다. 우리는 식량생산을 위해 지구의 땅 중 40%를 농경지로, 70%를 농업용으로 사용한다. 또한,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 중 1/3 정도는 농업의 두드러진 역할에서 비롯된다. 이 두 경로를 통해 생물 다양성과 식량 시스템은 위협받고, 기후는 변화되고 있다.

 

두 번째 도전은 극도의 빈곤이다. 이는 두 가지 속성을 갖는다. 하나, 극도의 빈곤은 매우 시급한 우선순위를 가진다. 지금 당장의 생사가 달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둘, 다차원적인 개념이다. 저자가 감별한 결과, 극도의 빈곤 원인에는 빈곤의 덫, 지리적 측면, 형편없는 거버넌스 등 7가지가 있다고 한다. 이는 각 원인에 따라 해결책도 달라야 함을 의미한다. 저자는 이 부분에서 극도의 빈곤에 똑같은 처방을 내리는 국제기구(IMF, WB)의 행동을 비판한다.

 

세 번째 도전은 출산율의 증가이다. 향후 인구가 많아질수록 개인의 생활수준을 높이고자 하는 경제적 목표는 환경문제의 해결을 더욱 어렵게 할 것이다. 인구가 줄어든다면 더 높은 삶의 질, 빈곤의 대폭 축소, 더 높은 1인당 소득, 환경의 지속 가능성을 훨씬 쉽게 달성하는 상황이 될 것이다.

 

네 번째 도전은 불평등이다. 많은 불평등이 있지만 여기서는 세 가지 정도를 분석해보겠다. 하나, 교육에 있어서의 불평등이다. 선진국에서는 대학 교육이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있다. 두 가지 이유에서이다. 첫째, 비싼 등록금이 대학진학에 큰 장벽이 되고 있다. 둘째, 부유한 가정 출신의 아이들이 불균형적으로 대학에 많이 간다. 위의 두 이유로 인해 선진국에서는 교육이 불평등을 촉진하고 있다.

 

둘, 건강에 있어서의 불평등이다. 특히 미국의 경우 의료 보장에 대한 지속적 도전을 받고 있다. 미국의 의료 시스템이 너무나도 값비싸기 때문이다. 캐네스 애로(Kenneth Arrow)는 의료 부문을 절대 경쟁 시장 부문처럼 운영해서는 안되는 근본적인 이유를 설명했다. 그것은 정보의 비대칭성 때문이다. 환자들은 무엇이 의학적으로 가장 좋은 선택인지 모르기에 의사에게 기댈 수 밖에 없다. Arrow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민간 시장 시스템에 기댔다. 그 결과 건강에 있어서 불평등이 심화되었다.

 

셋, 국가권력에 의한 불평등 확대이다. 예를 들어, a와 b 두 사람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개인 a, b는 노력, 역량, 운에 따른 불가피한 차이 x가 있다. 이것은 어느 사회에서나 어느 정도의 소득 불평등을 낳는다. 우리는 이 차이가 합리적이길 바란다. 하지만, 공공정책에 의해 x+c만큼의 차이가 날 수 있다. 우리는 좋은 거버넌스에 의해 c가 최소화되길 바란다. 하지만, 국가권력에 의해 c가 극대화되는 경우도 있다. 다시 말하면, 불평등은 힘, 역사, 경제, 개인 차의 유산이지만 국가권력에 의해 확대되거나 줄어들 수 있다.

 

3.우리가 직면한 도전의 해결방법

위의 도전들을 해결하기 쉽지 않다고 해서 회의주의자나 냉소주의자가 될 필요는 없다. 그보다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와 그것을 달성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첫 번째 도전인 환경위기 중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방식이 필요하다. 하나, 저감(mitigation)이다. 이는 인위적 기후변화를 초래하는 주범인 온실가스를 줄이는 것을 의미한다. 둘, 적응(adaptation)이다. 앞으로 화석연료 사용량을 줄여나가는 노력을 시도하겠지만, 우리는 이미 많은 양의 화석연료를 사용한 상태이다. 즉, 기후변화는 이미 발생하고 있다. 우리는 기후변화의 결과 속에서 좀 더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살아갈 수 있게 준비해야 한다.

 

두 번째 도전인 극도의 빈곤을 해결하는 데에는 다양한 방법이 있을 것이다. 저자는 그 중에서 특히 공적개발원조(ODA: 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를 강조한다. 가난한 나라의 중요한 초기 투자를 도움으로써 경제가 곧 스스로 일어나 발전 사다리를 타고 올라갈 수 있게 해주자는 것이다. 저자는 원조가 영구적인 의무나 해결책이 아닌 일시적 조치라고 강조한다.

 

세 번째 도전의 해결방법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어떻게 하면 출산율이 높은 지역에서 낮은 출산율을 선호하게 될 수 있을까. 여러 결정요인들이 있겠지만,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결혼 연령이다. 경제적, 문화적인 이유로 조혼을 하고 나면 바로 출산이 시작된다. 조혼이 많이 이루어지는 사회에서 결혼 연령을 높이기 위해서는 소녀들이 일정 연령까지 학교에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야 한다.

 

네 번째 도전인 불평등을 최소화 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목표로 삼아야 할까. 건강, 교육분야의 불평등을 최소화 하기 위해서는 건강, 교육을 가치재(merit goods)로 바라봐야 한다. 가치재란 모든 개인이 지급 능력, 인종, 성별, 신분, 종교, 민족성 등과 관계없이 접근할 수 있어야 하는 재화와 서비스다. 국가권력에 의한 불평등을 줄이기 위해서는 좋은 거버넌스를 목표로 삼아야 한다.

 

4.분석-목표언명-실행의 프로세스

SD를 달성하기 위해 분석적 측면에서는 경제, 환경, 사회, 정치의 상호작용을 분석했다. 규범적 측면에서는 목표를 정했다. 목표를 언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단계이다. 목표는 지식 네트워크, 이해관계자 네트워크를 동원해 실제 실행을 돕기 때문이다. 하지만, 목표를 언명하는 것은 행동 계획을 실행하는 첫 번째 단계일 뿐이다.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좋은 정책 설계, 자금 지원, 새로운 기관 등이 필요하다. 결과가 나오면 반드시 측정해야 하고 피드백이 주어져야 한다. 이 모든 것은 일련의 목표와 명확한 일정표 안에서 진행되어야 한다.

 

(나의 느낀점)

1.번역서에서 아쉬운 점

번역서에서 아쉬운 점은 두 가지가 있었다. 하나, 오타이다. 둘, 원문에 작가가 나름대로의 양념을 더해 해석을 한 부분이다.

 

먼저 오타에 대해 말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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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지속 가능한 발전의 시대(2015)

 

자료 11.5 그래프의 세로축은 도시인구비율을 나타낸다. 번역서에는 기대 수명으로 번역되어 있다.

 

그 다음은 해석에 대한 부분이다. 일단, 내가 읽고 놀란 두 문장에 대해 소개하겠다. 첫번째 문장은 다음과 같다. '미국은 그 잘난 자유시장주의 전통 덕분에 어느 문제에서든 '자립'의 시장 솔루션을 기대하는 경향이 있다.' 원문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져 있다. 'By virtue of its libertarian traditions, the united states tends to look to "self-help" market solutions.' 번역자는 원문에 '잘난'이라는 나름의 수식어를 덧붙였다.

 

두번째 문장은 다음과 같다. '모든 협약을 비준하는 미국 상원은 1992년부터 석탄, 석유, 가스 산업의 로비 뿐만 아니라 중국이 똑같이 하거나 더 많이 하지 않는 한, 미국도 아무것도 해서는 안 된다는 별난 인식에 사로잡혀왔다.' 원문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져 있었다. 'Since 1992, the US Senate(which must ratify all treaties) has been in the grips not only of the coal, oil and gas lobbies but also of perception that the US should do nothing if China will not do as much or more.' 번역자는 원문에 '별난'이라는 나름의 수식어를 덧붙였다.

 

나의 영어실력이 부족해서 원문에 담긴 '잘난'과 '별난'이라는 뉘앙스를 파악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번역자는 원문 그대로 해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잘난'과 '별난'이라는 해석은 독자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2.이 책의 가치

나는 네 개의 측면에서 이 책의 가치를 발견하게 되었다. 하나, 단어의 선택이다. 둘, 논리의 전개이다. 셋, 데이터의 해석이다. 넷, 비관적이지 않은 관점이다.

 

단어의 선택부터 말해보겠다. 나는 책을 읽으면서 단어가 사고의 도구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저자는 적절한 단어의 선택을 통해 사고를 명쾌하게 시각화해주었다. 그 예문은 다음과 같다. '열대 생태지구는 식량 생산과 질병 부담(말라리아 같은 많은 질병)이라는 아주 분명한 도전들이 존재하는 생태계다.' 도전이 존재한다는 서술어는 참으로 생동감있다. 도전받은 사람이 도전을 일대일로 마주보고 도전을 이겨낼 수 있다는 의지의 뉘앙스도 준다.

 

또한, 저자는 의미를 살려주는 적절한 수식어도 사용했다. 그 예문은 두 가지이다. 하나, '이런 추방은 법, 힘, 정치, 대개 원주민은 인간 이하라는 자기 위주의 고정관념(self-serving cultural stereotypes)등에 뒷받침 되었다. 보통은 고정관념이라는 단어만 사용할텐데, 여기에 '자기 위주의'라는 수식어를 더해 고정관념의 의미를 살려주었다. 두번째 예문은 다음과 같다. '고소득 국가의 사람들은 대부분 가난한 나라의 질병이 그렇게 적은 비용으로 통제될 수 있는데도 계속 된다는 것은 아마도 해당 정부가 그 문제를 해결하려고 애쓰지 않는 탓이라고 직감적으로 가정한다(assume intuitively that). 보통은 '가정한다'라는 동사만 사용할텐데, 저자는 '직감적으로'라는 부사를 사용해 그 의미를 살려주었다.

 

두 번째 가치는 논리의 전개이다. 저자는 논리를 전개해나갈 때 질문을 던진다. 나름의 문제설정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는 그 질문에서 해답의 실마리를 찾아나간다. 예문은 다음과 같다. '나는 이 질문이 유용할 것이라 생각했다. 각국의 경제는 언제 처음으로 극단적 빈곤에서 탈출했을까? 이것은 언제 글로벌 경제성장의 잔물결이 각국의 경제에 도착했는지를 물어보는 것과 같다.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PPP가격으로 측정한 1인당 GDP 2,000달러를 극단적 빈곤의 기준으로 사용했다.' 대개는 이 질문에 대해 '언제'를 먼저 답하려고 할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그 전에 극단적 빈곤에 대한 정의부터 시작했다. 이렇게 논리를 전개해나가는 방식이 인상적이었다.

 

세 번째 가치는 데이터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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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지속 가능한 발전의 시대(2015)

 

위의 자료9.2는 기대 수명과 전반적인 경제발전정도 간의 관계를 보여주고 있다. 여기서 어떤 해석을 끌어낼 수 있을까. 나는 부자가 될수록 건강해진다고 해석했다. 하지만 저자는 이는 잘못된 해석이라 주장하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가난한 사람의 소득에 아주 작은 변화만 있어도 건강상 커다란 변화가 있다는 사실은 대안적 해석을 제안한다. 즉 가난한 사람들을 공중 보건에 그리 많지는 않더라도 선별적 투자를 한다면 그들의 건강에 엄청난 차이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나도 다음부터는 이런 대안적 해석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네 번째 가치는 비관적이지 않은 관점이다. SD을 위한 길은 분명 어렵다. 어려운 이유를 나열하자면 끝도 없다. 하지만 저자는 안 되는 것을 생각하지 말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와 그것을 달성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회의주의자와 냉소주의자를 넘어서라고 한다. 이러한 저자의 태도는 나에게 이 문제는 해결될 가능성이 있다는 확신을 준다. 이러한 확신은 풍부한 데이터들로 인해 한 번 더 강화된다.

 

3.글을 마무리하며

SD는 인류가 직면한 가장 거대하고 복잡한 도전이다. 이것은 복잡한 문제이고 과학에 기초한 이슈이지만 그 과학적 토대를 대중들이 읽고 이해하지 못한다. 나 역시 과학에 있어서는 문외한이다. 그렇다면 내가 세계시민으로서 SD를 도울 수 있는 부분이 있을까.

 

굳이 한 분야를 꼽자면 농업분야에 관심을 가져보고 싶다. 사실, 저번학기에 농업에 잠깐 관심을 가졌던 적이 있다. 농업의 무한한 재생산이 매력적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콩심은데 콩나고 팥심은데 팥난다. 하지만, 신발 심은데 신발이 나지 않는다. 공업품은 버리면 쓰레기가 되지만, 먹고 버린 포도씨는 그 자체가 다시 자원이 된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그래서 농업 박물관에도 갔다왔다. 거기서 두 가지 사실에 놀랐던 기억이 난다. 하나, 농업이 산업화된다는 사실을 용납할 수 없는 사회분위기를 보았다. 농산물 수입 개방에 반대해 누군가가 혈서를 쓴 것이 전시되어 있었다. 둘째, 국내산과 수입산 작물의 특징 비교이다. 예를 들어, 한국산 고추가 '크다'로 서술되어 있으면, 수입산 고추는 '크지 않다'로 서술되어 있었다. 수입산 고추가 '맵다'로 서술되어 있으면, 수입산 고추는 '맵지 않다'로 서술되어 있었다. 즉, 수입산 작물의 특징에는 '~않다, ~없다'의 서술어를 붙임으로써 국내산 작물보다 열등한 것처럼 표현되어 있었다. 수입 작물도 나름의 특징이 있을텐데 그 특징들이 아예 무시된 것 같았다.

 

이렇게 관심을 가졌던 농업분야가 환경을 위협하는 경로 중 하나라는 사실은 이 책을 읽고 처음 알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많은 사실들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나는 그 동안 이 책에 적힌 과학적 사실은 전혀 알지 못했다. 접할 기회도 없었다. 그냥 아무런 데이터와 근거도 없이 '환경을 보호합시다, 사랑합시다.'라는 인정에 호소하는 목소리만을 들어왔을 뿐이다. 제한된 정보만을 접해왔던 내가 풍부한 데이터와 근거를 갖춘 이 책을 읽고나니 눈이 확 뜨인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