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에게 농담하면 금세 꼬리친다

 

인류의 세가지 유전병은 명예욕과 허영심과 자부심이다.

그 중 허영심과 자부심은 차이가 있다.

자부심은 자신에 대한 확고한 신념에서 나오는 것이지만 허영심은 타인이 자신에 대해 그러한 신념을 갖게 하는 것이다.

 

자부심은 스스로 자기 자신을 존중하는 것이지만 허영심은 타인이 자신을 존중하게 만드는 것이다.

따라서 자부심은 말이 적지만 허영심은 말이 많다.

 

자부심은 자신이 스스로를 인정하는 것이지만 허영심은 남이 자기를 존중케 하기 위해 많은 설득과 위장이 필요하고 때로는 위압도 필요하게 된다.

 

참된 자부심은 자신의 우수한 가치에 대한 확신에 의해서만 이루어지지만 남으로 하여금 자신을 과대평가하도록 해야 하기 때문에

일시적으로는 몰라도 결국은 밑바닥이 드러날 수밖에 없다.

 

우리가 입이 가벼운 사람보다 입이 무거운 사람을 더 선호하는 것은 말이 적은 사람이 말이 많은 사람보다 자부심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부심은 자기 존중이 선행되기 때문에 대체로 남들의 비난과 공격의 대상이 되고 있다.

잘난체 하는 것으로 비치기 때문이다. 그러나 참된 자부심을 가진 사람을 공격하거나 비난하는 것은 거짓 자부심을 가진 사람들의

열등감에서 비롯된 것이다.

따라서 참된 자부심을 가진 사람들이 자신을 공격하고 비난하는 그들으 너그럽게 감싸주거나 호의적으로 대해 주면 그들은 곧 건방지고

거만해져서 기어오르기 쉽다.

 

그렇다고 그들의 자부심이 고매한 인격으로 나타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지혜롭게 차별해 두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키케로가 지혜의 신으로 표현한 미네르바가 가장 우둔한 동물이 돼지 앞에서 설교하는 꼴이 된다.

 

아라비아 속담에 '노예에게 농담하면 금세 꼬리친다'라는 말이 있다.

그래서 호라시우스는 '고귀한 사람에게는 늘 존경심을 가져라'는 명언을 남겼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겸손의 미덕이라는 말은 사실은 소인배들이 자신의 편의를 위해 내세운 것이지만 고매한 인격과 자부심을 가진

사람들이 소인배들과 어울리기 위해서 겸손을 내세우다 보면 세상은 완전히 소인배들의 독무대가 될 것이다.

 

우주가 당장 멸망해도 나만 살면 되는 거야

 

인간의 이기심처럼 무서운 것은 없다.

사람들은 예의나 겸손을 통해 자신의 이기심을 감추려고 하지만 그것은 언제나 가면의 껍질을 뚫고 나와서 남들과 어울릴 때마다 작동을 시작한다.

 

사람은 남을 만나면 그가 우선 나에게 어떤 이득을 줄 수 있을까를 저울질하기 시작한다.

이 사람은 내게 도움이 될까? 내가 이 사람을 좀 써먹어 볼 기회가 있을까? 선한 사람이 되겠다고 애써 노력하지 않는 한

누구나  본능적으로 그런 생각을 한다. 아니라면 거짓말이다.

 

만일 그가 내게 이득이 안 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면 그는 금세 무시해버린다.

반면에 조금이라도 이득이 된다는 느낌이 들면 쉽게 버리지 않는다. 이기심은 끝이 없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존재를 유지하고 고통이나 고민을 피하려는 절대적인 욕구를 본능적으로 갖고 있고,

안락과 평화를 누리고 즐거움과 기쁨, 향락을 탐닉하려고 한다.

그래서 자신의 이기심과 탐내는 대상 사이에 장애물이 나타나면 곧 불쾌하게 여기고 혐오감과 증오와 분노를 일으켜 그것을 제거하려고 한다.

만일 제거할 수 없다면 최소한 그것을 자신의 지배하에 두고 싶어 한다.

 

'내게 다 줘! 넌 아무 것도 없어도 돼. 내가 알아서 해줄게.'

이것이 내 마음이다. 사람의 이기심은 너무 커서 그것은 우주도 다 채울 수 없다.

 

누구에게나 '우주의 멸망과 자신의 멸망 중에서 어느 것을 선택하겠냐'고 물어보아라. 답은 이미 나와 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자신을 세상의 중심에 놓고 모든 일을 사소한 일에서 큰 일에 이르기까지 자기 자신과 결부시키고 있다.

 

이기심에서 나보다 앞서는 우선 순위는 없다. 남의 입장은 그 다음 문제다.

나만 그런가? 아니다. 모든 인간이 다 그렇다.

나는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중심축이며 남은 안중에도 없다.

나는 인간의 이기심을 강조하기 위해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남을 죽여서 기름을 짜서 자기 구두를 닦으라고 해도 사양할 사람이 없을 것이다.'

이것은 너무 지나친 비유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