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 않는다는 말

                                    -김연수 산문집

 

하지만 2009년에는 마흔이 감당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래서 내가 경험한 그 한 해 동안의 상실이 오직 나이 탓만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2009년에 나는, 그리고 나와 더불어 많은 사람들은 어떤 정서와 이별했다고 생각한다.

연민, 공감, 동정 등과 같은. 약자를 향한 연민의 정서 같은 것도 결국 학습된 감정일 뿐인가?

그래서 어떤 시기가 지나면 그런 감정마저도 낡고 거추장스러운 것으로 느끼는 때가 온단 말인가?

지난 1년 내내 우리는 그런 감정과 이별하느라 시간을 다 보냈으니 정말 이상하기만 하다.

이제 우리는 정말 고아가 될 것 같다.

이제 우리는 더 이상 보호받지 못하리라.

 

상실감과는 무관하다고 말했지만, 어쩌면 바로 그 상실감 때문에 내겐 2009년의 하늘이 더없이 중요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특히 지난 가을, 나는 잠시도 하늘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놀라울 정도로 구름은 아름다웠다.

그렇게 구름을 바라봤는데, 그래서 참 아름답다고 생각했는데, 그 구름들이 아름답다고 생각한 바로 그 순간에

이 우주에 나 혼자 존재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고독의 느낌이랄까.

 

죽기 직전에 우리는 그런 경험을 할지도 모른다. 우선 이 우주는 너무나 아름답다는 것, 그 다음에는 너무나 고독하다는 것.

 

모두 기억난다. 그 날 먹었던 음식이라든가, 함께 있었던 사람들의 옷차림, 혹은 바람의 세기와 방향 같은 것들도 모두 기억난다.

시시각각으로 하늘은 변했다.

바라보면 아름다움은 이내 사라졌다.

오래 지속되지 못하는 아름다움을 반복적으로 경험하면서 나는 시간의 흐름에 대해서 이해했다.

아름다움과 시간은 상호보완적이다.

곧 사라질 것이 아니라면 아름답지 않다.

한편으로 아름답다고 느끼지 못한다면 시간의 흐름을 감지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삶이 결국 아름다워질 수밖에 없는 건 결국 우리는 모두 죽기 때문이라는 생각에 이른다.

...

마찬가지로 마흔이 되니 불공평한 인생이지만 한 가지만은 공평하다는 걸 알게 됐다.

즉 모든 인간은 늙고 병들고 죽는다는 자명한 사실.

...

삶은 어떤 흐름에, 더 냉정하게 말하자면 DNA의 전수 과정에 가까웠다.

그건 좋은 일도, 그렇다고 나쁜 일도 아니고 다만 자연적인 일일 뿐이었다.

머리로는 이 사실을 이해하게 됐지만, 가슴 깊이이 사실을 받아들인 건 아니다.

자연이라는 건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니지만, 때로 그건 너무 잔인하다.

어떤 일을 두고 누군가 "자연스러운 일이지"라고 말한다면, 그게 잔인한 일을 두고 하는 말이라는 걸 나는 알고 있다.

...

내게는 바로 그런 게 겨울다운 겨울이다. 지난 한 해 나는 정말 힘든 시기를 거쳐 왔다.

내가 힘들었다면, 그건 당신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힘들기만 했다면, 겨울까지 우린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거기에는 어려운 일 못지 않게 즐거운 일도 많았다.

그 사실은 이 겨울이, 얼얼할 정도로 차가운 바람이 증명한다.

바람이 매서우면 매서울수록 우리는 우리가 살아 있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다.

겨울다운 겨울에 우리는 우리다운 우리가 된다.